첫째로 교회교육 개념의 틀, 삶과 앎이 통합되는 틀을 세워야 한다.
우리 교회교육이 삶과 앎을 통합시키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근원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유교적인 영향이다. 많은 성도들이 유교적인 영향으로 성경의 진리를 알고 깨닫는 것 자체를 배움의 가치와 목표로 삼고 있다. 또 하나는 헬라식 학교 교육제도의 영향이다. 학교는 헬라 말과 헬라 문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헬라 사람들이 고안한 제도라 말할 수 있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머리로 아는 것에 있다. 히브리식 앎이 순종을 통한 경험적 지식인 것과 대조되게 헬라식 앎은 지성적 작업을 통한 인지적 지식이다. 그런데도 교회학교 개념의 틀은 삶과 앎이 통합되는 히브리식 틀보다는 삶과 앎이 따로 노는 헬라식 학교교육의 틀을 따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히브리식 앎의 개념을 심는 교육의 틀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이름에 손질을 해야 한다. ‘학교’라는 이름이 갖는 고정적 의미를 바꿀 수 없다면 ‘학교’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은 그 당시 지중해 연안에 번성하던 학교운동의 편이성과 효율성을 아시면서도 어떤 학교도 세우지 않으셨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약속의 땅’이라고 이름 붙인 교회학교를 참관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주일학교의 이름을 ‘예수마당’으로 고침으로써 삶과 앎이 하나로 통합되는 예수제자공동체의 개념변화를 목표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효율적인 지식전달의 전제 하에 같은 학년을 중심으로 반을 편성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상호작용을 통한 삶과 앎의 모델과 모방의 장이 되도록 반을 통합 학년 방식으로 편성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목회와 교육이 양분되어 담임목사는 어른 중심의 목회를 맡고, 교육목사나 교육전도사들은 어린이들과 학생 중심의 교육을 맡아 왔었다. 교육목사는 ‘앎’ 사역에 관심이, 담임목사는 ‘삶’ 사역에 관심이 편중된 것도 교회 안에서의 교육을 앎과 삶을 격리시키는 변수로 작용되고 있다. 이러한 목회의 틀 역시 교회교육 개념의 새로운 틀을 위해 재고해보아야 한다. 이 둘은 윗판과 아랫판 두 겹의 종이가 맞붙듯이 교육은 목회의 아랫판으로, 목회는 교육의 윗판으로 그 개념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목회는 교육적이어야 하고 교육은 목회적이어야 한다. 둘 다 앎과 삶을 연결하기 위한 초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교회교육 기능의 틀, 가정교육과 교회교육이 통합되는 틀을 세워야 한다.
성경적으로 볼 때 신앙과 삶 교육의 제1차적인 기관은 교회학교가 아니라 가정이다. 우리가 살아갈 때에 꼭 필요한 모든 지식은 가정이라는 장에서, 비형식적인 가르침을 통해, 반복되는 모델과 모방의 과정을 통해, 삶과 앎이 연결되는 실제적인 내용으로 습득된 지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교육이 가정교육을 대체하거나 흡수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 교회교육과 가정교육 사이의 원만한 통합이 결여된 채 파행적으로 계속되는 것은 교회학교에서의 삶의 교육을 위해 극복해야 할 우리의 현실이다. 이 둘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생을 보는 시각의 정리가 필요하다.
인생은 흔히 쉽게 생각하듯이 직선 개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수정되는 순간에서 시작해서 성장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늙어 죽는 직선적인 순례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은 나선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성경은 한 사람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고 결혼시킴으로 새 세대를 출발시킨 뒤 인생의 장면에서 은퇴하는 것으로 인생을 묘사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가장 많은 시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일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이다. 교회교육에서 학생들의 삶이 앎과 연결되게 하려면 그들의 부모들을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장년 교육프로그램에서 부모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주제가 가르쳐져야 한다. 교회학교 각 부서에서는 그 교회의 형편에 맞게 학생들과 부모를 동시에 목회하는 학생 - 부모 연계 커리큘럼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매주 교회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부모의 가이드 아래에서 실제적인 현상의 삶이 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부모가 교육되는 일, 부모를 연계시키는 일 이외에 부모가 교회교육의 현장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마당을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학부모는 일 년에 한 주간 이상은 의무적으로 주일학교 교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택하는 외국 교회의 경우도 보았다. 교회학교에서 수고하는 교사들을 여름방학만큼이라도 쉴 수 있도록 방학기간 동안 교사로 부모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셋째로 교회교육 장의 틀, 세상 시민교육과 천국 시민교육이 통합되는
틀을 세워야 한다.
성도는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많은 경우 교회교육은 이 진리를 세상에서 도피하거나 격리하는 삶의 자세로 잘못 인도하였다고 생각된다.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있는 건강한 성도의 삶을 위해 ‘천성’과 ‘장망성’의 이원론적인 삶의 틀을 통합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야 할 곳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다. 소금이 모여 있는 곳은 소금창고이며, 소금창고에 있는 한 소금은 그 본질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소금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부패로 만연한 세상 속에 들어가 영향을 미치며 살 수 있도록 세상 시민으로서의 교육과 천국 시민으로서의 교육은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성경교수의 목표를 바로잡아야 한다. 많은 경우 교회학교의 목적이 성경을 가르치는 데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교회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은 삶이 없는 앎을 강조해 온 강력한 암시가 되어 왔다. 교회학교의 목표는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경으로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다. 성경은 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위한 것이라는 무디 선생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디모데후서 3장 16-17절에 나타난 대로 성경이 주어진 목적은 바른 삶을 제시하고(교훈), 바른 삶에서 이탈될 때 경고하고(책망), 바른 삶으로 회복하며(바르게 함), 바른 삶의 길을 계속 진행하도록(의로 교육함) 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가 삶을 위한 것이다. 이 목적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성경의 내용을 앎에 있어서는 전문가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그 앎으로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었다. 미국 텍사스 주의 광신적인 이단 데이빗파의 교주 데이빗 코러쉬는 어려서부터 성경에 탐닉했던 성경광이었다. 그는 성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심지어는 성경 때문에 학교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청년기 이전에 성경 전체를 거의 외울 정도로 성경을 잘 알았다. 그러나 그 성경지식으로 그가 한 일이 무엇인가? 그 앎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였다.

다음으로는 영적 성장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성령께서 다스리는 사람의 마음은 균형 잡힌 지정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교파에 따라 혹은 교회의 전통에 따라, 심한 경우에는 담임목사의 성향에 따라 영적 성장은 매우 편중된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어떤 사람들은 영적 성장을 ‘거룩한 감정’에 초점을 두고 이해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개인 기도를 많이 강조한다. 어떤 사람들은 영적 성장을 ‘거룩한 깨달음’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성경공부를 강조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영적 성장을 ‘거룩한 행함’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현실참여와 행동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셋은 모두가 통합이 되어야 할 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깨달음은 기관차이며, 감정은 화차이며, 행함은 이에 따르는 열차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 셋이 하나로 통합될 때에만 성도의 바른 삶이 가능하다.

또한 성경공부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성경공부는 성경의 원리와 그 적용이 함께 통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성경지식은 그의 삶과 자동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성경의 목적이 삶의 변화를 위한 것이라면 교회학교의 모든 성경공부는 그 진리의 적용에도 같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로마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같은 바울 서신을 볼 때 바울은 진리를 아는 것과 진리를 적용하는 비율을 거의 반반으로 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그 진리가 그들의 오늘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주어야 한다.
질문도 바꾸어야 한다. 한국교회 교회학교에서는 네 가지 대답 - 예, 아니오, 예수님, 하나님만 가지면 휼륭한 학생이 될 수 있는 듯 싶다. 정말 삶을 교육하고 싶다면 교회학교에서 흔히 쓰는 사실 인식형 질문들(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을 적용형 질문들(어떻게? 왜?)로 바꾸어야 한다. 성경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장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회교육은 교회 울타리 안에서 행해지는 교육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로 인해 교회 문만 나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연결이 되기 어려운 교회용 교육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삶을 교육하길 원한다면 교육의 장을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현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장 활동, 현실 참여, 현실 반영 등 입체적인 교육계획을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부모임의 은혜가 무엇인지 가르치기 위해 성경을 펴고 설교하는 대신, 어느 주일 오후 어린이를 데리고 미혼모들이 버린 아기들을 키우는 아기집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용돈으로 기저귀와 선물을 사들고 정에 굶주려 등과 팔과 무릎에 매달리는 그곳 아기들을 섬기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뼛속 깊이 배웠다. 엄마 아빠가 그들에게 계신 것만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무의탁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연계하여 말벗이나 심부름해드리는 일, 선교사님께 규칙적으로 격려의 편지를 써 보내드리는 일,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을 벌어보고 그것을 효율성 있게 써보는 일 등을 실천하며 우리 주변 모두를 우리 삶의 교육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교사로서, 지도자로서 우리는 엄청난 특권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제사장적인 특권과 책임이다. 라틴어로 제사장이란 뜻은 다리를 놓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우리 왼손에 하나님의 말씀을 맡겨주셨다. 그리고 우리 오른손에는 그의 자녀들을 맡겨주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사람들의 삶과 연결시키는 책임과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오늘에 빚고 있다.
교회교육에서 삶을 교육하는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하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교사의 모델이다. 앎과 삶이 어떻게 통합되는지는 가르쳐지는 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대로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승헌 목사 _ 파이디온 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