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한국 교회를 떠나 X국에서 21세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저를 X국의 도시 가정 교회가 어떤 곳인지 배우고 알기도 전에 교회의 아이들을 섬기는 현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제가 한국 교회를 떠났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제가 1980년 초반부터 1990년도 중반까지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시절을 한국의 지역 교회에서 자란 후 선교지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사랑과 가르침이 지금까지 선교지에서 기쁨으로 섬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교회에 있을 때 주일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그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체험했습니다. 교회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캠프 사역자들의 열정,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파이디온 선교회와 같은 선교회의 섬김 덕분에 그러한 귀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디모데 어린이 제자훈련을 마치고 상을 받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에서 자란 제게 하나님은 X국 교회를 섬기도록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의 첫 번째 단련은 신앙의 통제를 받는 X국의 가정 교회의 특수한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방치되고 소외받는 것처럼 느껴져서 항상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되는데 그런 것을 믿음으로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X국에서 가정 교회에 출석한다는 것은 항상 위험과 부담이 따릅니다. 교회에 가는 길에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나 수시로 주변을 살피면서 가야 합니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컴컴한 아파트 복도를 지나 조심스럽게 일반 가정집 문을 열면 그곳이 바로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입니다. 손바닥 두 개만 한 둥근 의자에 앉아 소리 죽여 찬송을 부르고, 한 시간도 넘는 설교를 듣는 곳이 X국의 가정 교회입니다.
두 번째 단련은 이런 교회 환경에서 자란 적이 없는 제 자신을 쳐서 적응하고, 부모를 따라 교회에 온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과 좁은 장소에서 그저 함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이것저것 아이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엄하게 훈계를 할 정도로 언어 수준이 나아졌지만, 처음에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두 살이 넘은 아이들이 다가오는 것조차 부담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저 꼬옥 안아주면서 아이들을 몸으로 섬겼습니다. 그렇게 돌보던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혼자서 돌볼 수 없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 신입 교사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사들과 3~4년 섬기면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박○○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파이디온의 교사 훈련 X국어 과정까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가장 큰 기쁨은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고, 지속적인 변화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단순한 원리는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이곳에서도 동일합니다. 가끔 한국에서 주일학교 교사나 교육 부서 사역자로 섬기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학생들을 인도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듣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나님이 X국 교회의 다음 세대를 섬기도록 나를 맞춤제작하셨구나!’ 하는 것입니다.
현재 X국의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전해주는 복음에 순수하게 반응하고, 교회에 오는 것을 기다리고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에게 선교사 이야기라도 읽어주면 모두 선교사가 되겠다고 손을 들기도 해서 부모들의 눈치를 본 적도 있습니다. 변변한 교재도 없이 모두 성경 한 권을 들고 돌아가면서 읽기만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제 안에 있는 어둠을 비추는 빛으로 다가옵니다.
교회의 아이들이 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제게는 특별한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주일학교에서 자란 7살 여자아이 ‘복음이’고, 한 아이는 2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주일학교에서 자란 12살의 남자아이 ‘대천이’입니다. 제게 이 아이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모릅니다. 저는 이 두 아이가 교회에서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시절을 지나면서 견고한 믿음의 뿌리를 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X국 영혼을 다 얻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한 교회의 교사로 이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제 자신도 자라가기를 날마다 기도하게 됩니다.
부흥이 되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X국 교회를 섬기는 기쁨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은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큽니다. X국 교회의 성도들이 받는 고난과 핍박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이 두 아이의 가슴에 새겨지는 주일학교 교사가 되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저와 저희 팀의 동역자들이 X국 교회의 헌신적인 믿음의 교사들을 세워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하나님의 뜻을 바로 분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무명의 주일학교 선생님들과 전도사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예수님을 저도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