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한 부부는 함께함을 위하여 목적되었다는 것을 믿는 부부이다.
20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한 사건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부자 동네 라구나 비치(Laguna beach)에 콘도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돈 많고, 전문 직업도 갖고 있는 아름다운 25세의 젊은 여성이 자살했다. 그녀는 ‘나는 한 손으로 박수 치기에 너무 지쳤다’는 유서를 남겼다. 혼자 살기에 너무 힘들고, 한 손으로 박수 치는 삶이 너무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 사는 이 세상이 너무 힘들어서 함께하려고 결혼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도 함께 지내지 못하는 부부가 있다. 주말 부부, 기러기 부부 외에도 근래에는 보다 나은 미래, 보다 나은 경제력, 보다 나은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자의적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부부가 있다. 그러나 부부 됨의 본래 목적은 함께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창세기에 보면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창 2:18 상반절)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씀은 ‘부부는 함께함을 위하여 목적되어졌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말씀 뒤에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8 하반절)는 말씀이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돕는 배필로서, 혼자 있지 않고 함께하도록 배우자를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즉, 부부는 함께함을 위하여 목적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결혼 준비가 된 사람은 누구인가? 결혼 준비가 된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 힘들고,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심지어는 두렵지만) 함께함을 위해 어떤 대가라도 기꺼이 지불하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결혼 준비가 된 사람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지만 마치 악세사리처럼, 배우자가 있으면 더 괜찮을 것 같아서’라는 정도로는 목적이 이끌어가는 부부가 될 수가 없다. 함께함이 필요하지 않다면 돕는 배필의 귀함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부부가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함께함’을 소홀히 하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부부가 떨어져 있지 말라고 가르친다. 부부의 성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고린도전서 7장에서 “아내가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이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 서로 분방하지 말라 다만 기도할 틈을 얻기 위하여 합의상 얼마 동안은 하되 다시 합하라 이는 너희의 절제 못함을 인하여 사단으로 너희를 시험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고전 7:4-5)고 말씀한다. 부부가 기도하기 위해서, 즉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떨어져 있을 수는 있지만, 오래 함께하지 못할 경우 성을 절제하지 못함으로 사탄의 시험에 들거나 부부 관계의 파멸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부가 함께함을 이루며 즐길 수 있는가?

첫째로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분화(分化)를 이루어야 한다.
즉,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라”는 말씀은 부모의 돌봄으로부터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될 때 배우자와 함께함을 시작할 수 있는 결혼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엄마 같은 아내, 아빠 같은 남편처럼 부모를 대신할 배우자를 찾는다. 자신은 여전히 성인 아이(adult-child)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의 투정이나 요구를 받아줄 부모 같은 배우자를 원한다. 그러나 부모와 같은 돌봄을 무작정 제공해줄 수 있는 배우자는 없다. 이러한 기대는 부부 관계의 비극의 시작이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함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건강한 분화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로 부부가 함께함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배우자가 필요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가 여성의 ‘열등함’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사용된 단어는 “주는 나의 도움이시요”(시 70:5),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2)라는 말씀에서처럼 하나님께 사용된 단어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돕는 배필’은 전혀 열등함을 포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돕는 배필’은 ‘남자에게 꼭 필요한 동업자/ 배우자’ 혹은 ‘남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거나 상반된 특징을 가진 여자’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즉, 함께함을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필요함을 인정하고 배우자를 통하여 자신의 부족함이 채워진다는, 보완적 관계임을 신뢰해야 한다.

셋째로 부부가 함께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서로를 위하여 시간을 배정하고 투자하여 함께함을 즐겨야 한다. 따라서 부부는 함께함을 방해하는 장애물, 그것이 성공이든, 재물이든, 명예든, 관계든 그것과 맞서 싸워야 하며 때로는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부부는 함께함을 위하여 목적되었다. 그렇기에 아담은 하와를 처음 보았을 때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 2:23, 공동 번역)라고 외친다. 아담은 하와가 자신의 일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이며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자라고 선언한다. 그의 첫마디는 배우자에 대한 찬사와 존경의 극치였다. 하나님은 부부가 함께함으로 서로의 부족을 보완하고, 하나 됨의 연합을 이루기를 원하신다. 결국 건강한 부부는 함께함을 통하여 온전한 연합과 하나 됨을 이루어가도록 하나님이 목적하셨음을 고백하며 사는 부부이다.

2. 건강한 부부는 서로에게 투명하며 신비스러워야 함을 아는 부부이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기 전 에덴 동산에 있을 때에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창 2:25)고 성경은 기록한다. 하나님이 최초의 부부에게 허락하신 복은 서로에게 투명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되 서로가 그대로 받아줄 수 있었으며,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벌거벗음을 드러낼 수 있는 투명함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부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는 부부가 숨기는 것이 있고, 서로에게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투명하지 못한 부부는 불행한 부부이다.

투명함이 이끄는 부부는 어떤 부부인가? 그것은 아담과 하와가 어떻게 투명함을 잃게 되었는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부가 투명하지 못하게 된 주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음을 알고 나뭇잎으로 가렸던 것은 죄로 인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 앞에 회개하기보다는 숨었다.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아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창 3:9)라고 물으실 때 아담은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라고 대답한다. 즉, 부부가 투명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 배우자가 안다면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남녀가 서로 데이트할 때는 아름답고 멋지게 꾸미고 만난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숨기고, 꾸미고, 조절하던 행동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점점 서로에게 정직하지 못하게 되고, 숨기는 것이 늘어나게 되며, 그것이 다른 관계로 발전하여 결국은 부부 관계를 파괴시킨다. 왜냐하면 배우자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하고, 그 대상이 이성일 경우 정서적 친밀감을 촉진시켜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부간에 투명함을 유지하며 정직할 수 있을까? 불안함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성경은 진정한 부부 관계는 성령 충만함으로 인해 회복될 수 있음을 에베소서 5장에서 말씀하고 있다. 성령 충만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부부 관계에서, 가정 생활에서, 대인 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남을 가르쳐주면서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엡 5:31-33)고 말씀한다.

먼저 부부가 투명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예수님과의 관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부부관계의 회복은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 5:18)는 명령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아내는 남편에게 “주께 하듯 복종”(엡 5:22)해야 하며,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사랑”(엡 5:25)해야 한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알고 예수님과의 관계를 맺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이 원하시는 투명한 부부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즉, 배우자의 자존감은 복종과 섬김을 통하여 회복되고, 사랑을 통하여 두려움이 제거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성경은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요일 4:18)라고 말씀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온전한 사랑만이 부부간에 두려움을 내쫓고 투명한 삶으로 이끈다.

둘째로 투명한 부부가 되려면 남편은 아내를 자신처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을 경외하는 것에 계속 신비스러움을 키워가야 한다. 왜냐하면 부부가 하나 되고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은 크고 심오한 비밀이며 신비스러운 일(엡 5:31-32)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명함과 신비함은 서로 모순된 개념같아 보인다. 왜냐하면 투명하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고, 신비스러움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부분을 보았을 때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함과 신비스러움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볼 장 다 보았다”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볼 장 다 봤다”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의미도 있고, 더 이상 볼 거리가 없을 정도로 상대방을 다 알았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부 관계에서는 투명해서 볼 장 다 봐야 하지만, 또한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신비스런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 관계에서 서로 투명해야 신비스러울 수 있다. 결국 부부는 서로에게 투명하여 날마다 새로움을 경험하는, 신비스러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그 가정은 신비스러움을 경험하는 행복한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