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발달 이론가로 유명한 비고츠키(Les S. Vygotsky)는 인간의 지능은 다른 동물과 달리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인간은 발견과 발명 그리고 과거의 위대한 사상가나 과학자의 사고와 같은 상속된 경험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인간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발견과 발명으로 과거의 성취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인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장소와 사태에 대한 지식을 발달시킬 수 있다. 셋째, 인간은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환경을 인간에게 적합하도록 조절한다.
교육학 이론의 대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능력은 탁월하다. 여기에 역사적인 지식까지 쌓이면 인간이 축적하고 보존한 정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의 발달된 문명과 결합된 정보는 정보화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이란 물결을 타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인간에 의해 개발되고 축적되는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지만 ‘의미’라는 가치로 거듭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실존에서부터 공동체, 국가, 세계의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데까지 ‘정보’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간의 ‘학습’이란 필터를 거쳐야 한다. 학습이란 개인이든 사회든 ‘정보’가 ‘가치’로 변하는 교육적 과정이다. 학습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보가 개인의 삶에 유익을 끼치게 된다는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절이 다가온다. 교회에서 많은 행사를 준비할 것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활 신앙을 과거의 ‘정보’로 제한하기보다 ‘의미’로 전환하는 학습을 유도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다음세대들에게 정보로 인식되는 부활 신앙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첫째로 잘라먹지 말라! 예수님의 부활은 고난과 병렬되어 있을 때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은 복음의 완전한 스토리다. 부활 신앙을 오늘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난과 부활의 두 주제가 동일하게 체험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고난 주간의 특별 새벽 기도회에서부터 부활의 완벽한 승리에 이르기까지 전체 스토리가 이어지도록 학습시켜야 한다. 성경 이야기를 잘라내면 저자의 전체적인 의도보다는 ‘정보’에 치중하게 된다. 우리는 예수님이 왜 고난받으시고, 부활하셨는지 구원의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한 손에 쥘 수 있는 테마를 떠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부흥, 축복, 전도 등을 설정할 수 있겠다.
둘째로 모든 사람을 참여시켜라! 의미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인 학습보다는 공동체 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만큼은 부활 주일을 준비하는 TFT(Task Force Team)가 만들어져 교회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 가족, 부서, 교회, 지역 주민까지 참여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차원에서 부활절 상징물(달걀, 떡, 전도지, 특별 엽서, 쓰레기 봉투…)들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셋째로 다양한 경험을 유도하라!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경험되는 학습으로 연결하여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월절이 되면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온 가족이 먹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경험 학습이 되기 위해서 고난 주간에는 미디어 금식, 핸드폰 금식, 인터넷 금식 등을 포함하여 주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과 단절하는 훈련을 유도해야 한다. 가족 모두가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거나 예수님의 고난과 관련된 영화를 관람해도 뜻 깊을 것이다. 성 금요일 저녁에는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성만찬 예배를 드리고, 부활 주일에는 가장 화려한 의상으로 축제를 벌여본다.
부활신앙은 ‘정보’가 아니다. 해마다 치러내야 하는 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신앙의 핵심이요, 우리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번 부활절은 다음세대들에게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위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되도록 학습시키자.

　　　

박성은 목사 (파이디온 선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