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멍석을 깔아주실 때

2006년 7월 7일 파이디온의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열리게 되었다. 파이디온 30년 역사에 주께서 우리가 주를 위해 더욱 멋진 꿈을 펼칠 멍석이 될 사역의 안정적 공간을 허락해주신 것이다. 2년 전 이사회에서는 현재의 사역 공간이 주는 사역 확장의 한계성과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제2세대 사역자들의 힘찬 비상을 위하여 고정적인 사역 공간으로서의 회관 구입을 결의하였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우리는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리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놓으신 우리 사역의 장막터를 찾았다. 긴 시간을 조급해하지 않으며 우리는 100건이 넘는 건물들을 보며 기도하였고 주의 인도를 구하였다.
이 건물을 계약하는 순간 나는 가슴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0년 전 우리는 총신대 학장님 옆방 빈 교실에서 오늘은 한국을, 내일은 세계를 달라고 부르짖으며 파이디온 사역을 시작했다. 총신대 신관 건물이 지어질 때 밤새 시멘트와 벽돌을 날라 강당 뒤 후미진 곳을 막아 만든 보금자리, 조금 후에는 종로 5가 한 선교회 사무실에 곁방살이, 청파동의 다락방, 방배동 아가페서적 지하실, 방배동 정광연 소아과 4층의 방 하나 그리고 현재까지 거의 20년이 되도록 사용해온 사당동 동림빌딩 4층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우리는 우리를 부르신 주님을 조용하지만 확고한 믿음으로 따라왔다. 브루스 윌킨슨 박사의 「야베스의 기도」 책을 출간한 이후 나는 그 기도를 나 자신과 파이디온의 기도로 품고 매일 환상을 그리며 기도해왔다. 우리 모두의 그 기도가 응답이 되는 또 하나의 현장에서 나는 「야베스 기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 된 사실이 얼마나 영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제 주께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인해 감동하고 감격하며 기뻐하자. 그러면서도 다음 네 가지를 잊지 않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지 314.84평, 건축 연면적 1374.22평, 지하 2층 지상 7층의 상상할 수 없이 큰 빌딩을 하나님께로부터 하사받았다. 그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회관을 허락하신 것은 부동산 취득에 관한 문제, 소유 재산의 증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감사해야 한다. 이 건물은 우리의 소명에 대한 하나님의 확인이며, 우리의 헌신이 주님께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확증이다. 또한 지난 30년 간 우리가 잃지 않았던 우리의 작은 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격려이며 칭찬이기에 감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동안 묵묵히 우리를 믿고, 어려운 살림을 쪼개 헌금해주고 기도해주고 이끌어주신 눈물겨운 후원자들의 헌신을 잊어선 안 된다.
둘째, 목적을 잊지 말자.
건물을 주신 목적은 사역을 위해서이지 우리의 자존감이나 긍지를 위해서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공간의 지경을 넓혀주신 이유는 사역의 지경을 넓히라고 주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얻었지만 왜 그곳으로 인도하셨는지 하나님의 목적을 잊었던 이스라엘의 과오를 우리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 새 건물에 들어갈 때 몇 번이고 주님께서는 내 마음에 이사야 54장 2-3절 말씀을 떠올려주셨다. “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 이는 네가 좌우로 퍼지며 네 자손은 열방을 얻으며 황폐한 성읍들로 사람 살 곳이 되게 할 것임이니라.” 넓은 장막을 주실 때는 그 넓은 장막에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더 큰 계획이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차원이 다른 공간을 주셨다. 차원이 다른 비전에 대한 차원이 다른 헌신으로 차원이 다른 사역의 열매를 드려야 하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믿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파이디온 회관 건물 매입 비용의 절반 이상은 임대를 주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이 건물이 우리의 소유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실제적인 부채가 우리에게 부담을 준다. 우리 모든 이사들은 아침마다 그것이 부담이 되어 주의 은총을 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이 일을 끝까지 책임져주실 것을 믿기에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언제는 우리에게 뭐가 있어서 주의 일을 했는가? 지금까지 파이디온은 주님의 일은 주님께서 공급하시는 자원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 하나로 자라왔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이 건물을 구입한 직후 이사회는 중대한 또 한 가지 결의를 했다. 이 건물을 주신 2006년 7월을 기점으로 모든 후원 헌금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세계의 다음세대를 세우는 선교비로만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그 후원 헌금은 사역의 공간과 인력을 운영하는 일을 위해 결정적인 자원이 되어왔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공급해주신 후원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지금까지 사역을 해왔겠는가. 그러나 이제, 건물을 주신 주님이 건물 자체의 소득으로 사역 공간에 대한 비용을 해결해주실 것을 믿고, 모든 경영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주실 것을 믿으며, 후원 헌금 전액을 세계의 다음세대를 세우는 순수한 세계 선교 자원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제를 잊지 말자.
자체 건물이 생겼다고 우리의 사역의 자세가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께 야베스처럼 기도해야 한다. 복에 복을 더하사 지경을 넓혀주시기를 말이다. 여전히 우리는 매일의 필요를 위해 하나님의 공급만 의지해야 한다. 지난 30년 간 그러했듯이 여전히 우리는 겸허하고 검소한 사역자와 사역 공동체의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주 앞에서 더 한 번 생각하고, 더 한 번 절약하고, 더 한 번 낮추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열며, 윌리엄 캐리의 도전을 우리의 도전으로 붙잡자고 외치고 싶다. “하나님께로부터 위대한 것을 기대하고, 하나님을 위해 위대한 일을 시도하자.”

양승헌 목사 | 파이디온 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