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온 선교대회 MK 사역을 마치며…“우리도 선교사예요.”

태풍 에위니아의 소식과 남편의 위궤양 진통이 월요일 새벽을 깨웠다. 빌리온 선교회 MK사역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적잖은 긴장감이 있는데다 태풍이나 남편의 진통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항공편이 차질을 빚을까봐 뉴스를 들었는데 우려했던 대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었다는 소식들뿐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공항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빌리온 선교회 소속 선교사님들과 합류하였고, 길고 긴 7시간의 대기 끝에 탑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 감사했던 것은 울산이나 목포 등지로 가는 비행기 편은 여전히 결항인데, 오로지 제주행 하늘 길만을 열어주셨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은혜를 사모하는 이들에게 그 기쁨을 더하시려는 것 같았다.

밤 9시가 되어서야 개회 예배를 드렸지만, 첫 모임부터 주님께서는 큰 은혜를 부어주셨다. 선교대회에 오기 전에는 ‘이 사역을 통하여 아이들의 영혼을 만지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었는데, 그렇게 기도드리는 마음 깊은 곳에는 교만이 녹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네 마음을 거대한 망치로 ‘쿵’ 치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곳에 필요해서 부른 게 아니야. 네게 이곳이 필요했다.” 그랬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위해서 내가 이곳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주님께서는 나를 주님의 임재 가운데로 부르고 계셨다. 그리고 어리지만 신앙의 고백을 그 마음과 입술에 담은 아이들을 통해 나를 만지셨다.
함께한 아이들 가운데 중국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중국어 발음은 어려워 잘 기억나지 않아 모두 그 아이를 ‘환희’나 ‘Joshua’라고 불렀다. 환희와 우리 사이에서 오고가는 웃음과 눈빛은 언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때때로 의미의 차이와 발음의 유사성에 웃음을 짓기도 했는데 중국어에서 숫자 1에 해당되는 一 (이)라는 표현과 우리말 숫자 2 (이)는 발음이 같아서 브레인 서바이벌 등의 게임을 하는 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둥그렇게 앉아서 중국어 게임을 했다. 중국어를 모르는 아이들도 간단한 표현이라 쉽게 따라했으며 무엇보다 환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솔직히 환희와 완벽한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입술로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며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환희의 태도가 고마울 뿐이었다. 또한 아이들은 동역자로서 환희에게 말씀을 통역해주거나 게임을 설명해주었다. 작은 선교사들은 참여하는 활동 속에서도 여느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영적 지도자로 잘 훈련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살 아이들도 모든면에서 여느 6살 아이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고백했다. ‘주님의 종의 자녀는 주님께서 키우십니다.’
아이들은 두 팀으로 모였는데 아이들이 정한 ‘왕의 가족’과 ‘자랑스런 가족’이라는 이름에 손색 없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거의 모든 부분을 대화로 해결했다. 괜한 짜증이나 불평, 싸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규칙을 정했다.

빌리온 MK 사역을 마치고 주일이 되어, 유치부 아이들에게 선교대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잠깐 나누었다.
“저는 지난 며칠 동안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제주도에 갔어요.”
“거기서 멀리 있는 나라에 가서 한국 사람이 아닌 다른 말을 쓰고, 얼굴 색이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분을 만났어요.”
“선교사님요?” “그런데 그 선교사님은 몇 살이었게요? 여러분만한 6살 선교사님이었어요.”
나는 MK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렸던 6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했고 유치부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까르르 웃어댔다. “여러분처럼 작지만 아빠, 엄마와 함께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예수님을 전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은 정말 왕의 자녀다웠어요. 쉽게 짜증내거나 불평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고 순종하는 모습으로 중국 친구들에게 예수님 믿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교사님이었어요.” 6살 먹은 선교사님이라는 말이 우스웠던 아이들은 이내 진지한 눈빛이 되었다.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빌리온 MK 사역은 그야말로 나를 위한 주님의 은혜의 장이었다. 통역을 해주는 아이들이 있었고, 너무나 성실하게 도와주신 도우미 선생님들이 계셨고, 기꺼이 자신의 사역지로 초대해주신 선교사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은 많지 않은데 받은 은혜가 더욱 컸다. 우리에게 선한 도전을 준 14명의 미래의 선교사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모든 환경을 선하게 인도하시고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주리 전도사/ 온서울 교회 유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