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회로서의 교육 : 개인의 성장을 돕는 기능
목회로서의 교육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신자의 영적 웰빙과 신앙의 성장에 궁극적 목적을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개인의 성장을 돕는 5가지 기능을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보살핌(care), 둘째, 개인의 삶의 여정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축하하는 일(celebrate), 셋째, 지도가 필요할 때 가르치는 것(instruct), 넷째, 목회에 참여하도록 훈련하는 것(train), 다섯째, 치유(healing)다. 목회로서의 교육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형성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교사보다는 멘토 또는 양을 돌보는 목자(shepherd)와 같은 태도가 요구된다.
목회로서의 교육은 예를 들면 교회학교 교사가 가르칠 때 자신이 맡은 학생의 목자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자신의 학생들이 지금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서 적절한 때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 개개인의 의미 있는 날 등을 기억하여 함께 축하해주는 일은 목회자로서 교사가 해야 할 두 번째 중요한 일이다. 셋째로 교사에게는 엄격한 교사의 모습도 있어야 한다. 훈계를 해야 할 때는 모세와 같이 분명한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넷째,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훈육을 아끼지 말며 지도력을 개발해주어야 한다. 끝으로 목회자로서 교사의 의무는 치유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던 자들을 치유하셨던 것처럼, 학생들이 괴로워하는 질병, 문제, 고민, 갈등에 대해 교사 자신의 지식과 영성과 지혜와 네트워크 등을 모두 동원해서 돕고 치유해주어야 한다. 이것을 필자는 교육적 치유라고 부른다. 이렇게 목회자로서의 교사는 예수가 하셨던 것처럼 먹이고(feeding), 가르치며(teaching), 치유하는(healing) 3가지 특성을 다 겸비하여 학생의 전 인격적 삶에 변화를 도모하는 사역을 행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의 교육 목회에도 교육 과정은 필요하다. 마리아 해리스는 신앙 공동체의 삶의 전 과정을 코이노니아, 레이투르기아(기도, 예배, 성례전, 예식), 디다케, 케리그마, 디아코니아로 세분화하고 각 분야의 교육 목회 활동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 목회는 기독교 신앙 공동체에서 출발하여 그곳에서 복음을 가르치고 하나님의 계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공동체 전체가 교육한다는 그룸의 말은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Thomas H. Groome은 1996년 한국 방문 공개 강연에서 교사로서의 회중을 주장했다). 목회는 목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목회에 참여하는 교사 역시 목사와 같은 영성과 소명과 책임과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지도하여 성숙에 이르도록 성경과 교리를 가르치고, 올바른 경건 생활을 안내하며, 성령과 사탄의 역사를 분별하도록 훈육하고, 상처를 감싸고 돌보고 치유하는 일은 현대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자질이다.

(2) 교육으로서의 목회 : 교육을 통한 교회 전 사역의 유기적 통합
고용수 교수는 교육 목회를 교회의 전통적 기능들을 교육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이론화하는 시도라고 정의하였고, 정웅섭 교수는 교회 사역의 전 분야에 기독교 교육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회중을 성장과 갱신을 돕는 교육 과정이라 정의했다. 다시 말하면 교육 목회(educational ministry)란 교회 전체를 하나의 교육 기관으로 보면서, 교회의 모든 목회 기능들을 교육적인 관점에서 구조화해 가는 활동이라고 재정의 할 수 있다.
좀더 구체화시켜보면 첫째, 교육 목회는 교회 전체의 삶의 표현과 양식을 교육적 관점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이다. 즉 교회 건물, 예배실, 설교단, 상징에서부터 전도지, 주보에 이르기까지, 또는 목회자에서부터 교회 사찰에 이르는 모든 구성원, 그 자체가 기독교를 알리고 가르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가보면 도시 전체가 기독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듯이 교회에 들어서면 ‘아! 이 교회는 교육하는 교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여야 한다.
둘째, 교육으로서의 목회는 교회의 각 부서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적인 사역들을 찾아내 그것을 일원화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장년 주일 낮예배와 교회학교 주일 예배의 설교는 설교자의 수만큼이나 제목과 본문이 다양하다. 가톨릭 교회는 매주일 설교 본문(lectionary)이 정해져 있어 교회 내에서 적어도 설교 메시지만큼은 통일성을 기하고 있다. 이렇게 한다면 적어도 교회학교 예배와 주일 정규 예배는 연관성을 갖게 되어 교회 구성원 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체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교육으로서의 목회는 기독교 교육을 교회학교 활동으로만 그 범위를 제한하려는 관점에서 탈피하여, 교회 전 회중의 삶에 관여하는 것으로 교육 대상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회중을 목회의 대상으로 보듯이 전 회중을 기독교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으로서의 목회는 교회의 교육 활동과 교육 대상에 대한 지평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회중의 교회 생활을 교육과 목회로 분리하여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목회의 연장선상에서 전 회중을 교육에 참여시키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목회 계획 가운데 개발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목회자가 주일 예배 후 제자 훈련학교나 성경 공부반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예배 후 성인 신자들 대부분이 식사를 통해 교제하고 다시 분반하여 성경 공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려면 교육적 마인드로 목회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성경 공부 프로그램이다. 성경 공부는 신자들의 신앙과 삶의 성숙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잘 준비된 교사가 이끄는 성경 공부여야 한다. 또한 교회의 점심 식사도 교제를 하는 데 중요한 촉매가 되므로 메뉴 선정에서부터 식당 봉사에 이르기까지 봉사를 가르치는 교육적 견지에서 계획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즉 식당 봉사에서도 회중들은 귀중한 교훈을 배운다는 점을 목회자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교육으로서의 목회는 종래의 예배 중심의 교회를 지양하고 회중의 전인적인 신앙 성장과 교회 전 사역에 분포된 교육 활동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전 회중이 목회에 참여하여 관심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신자 개인과 교회 전체가 성숙한 하나님의 공동체가 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목회자 한 사람이 이제라도 목회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면, 역으로 교육에 대한 소극적인 생각을 바꾼다면, 지금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작은 기적들이 많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목회자와 전 회중이 교육적 마인드를 가짐으로써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지난 120년간 양적으로는 성숙하였을지 모르나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숙한 신앙인으로 이끄는 내실 있는 교육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빈번하다. 그동안 교회는 신자 수를 늘리고 예배당을 건축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과 기도를 소모했다고 평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개신교 교회는 지난 과반세기 동안 교인 만들기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신자 한 사람의 영적 성숙을 위한 교육 투자에는 소홀했다. 더욱이 199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 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정체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개신교 교회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교육하는 교회’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심령 대부흥회, 철야 기도회, 금식 기도원 기도회가 아닌 신지행일치(信知行一致), 즉 신앙과 삶의 유기적 통합을 도와주는 내실 있는 성경 교육을 통해 말씀을 자기화시키고 소그룹을 통한 신자들의 교제를 활성화하여 한국 교회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3) 시스템으로서의 교육 목회
시스템으로서의 교육 목회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활동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따라서 시스템으로서의 교육 목회는 과학적, 체계적, 합리적 사고를 요구하며 교육 목회를 체제의 3요소인 투입(inputs), 과정(process), 산출(outputs)의 구조로 계획하고 분석하며 운영하려는 시스템 마인드가 필요하다.
첫째 특징은 교육 목회에 관여하는 모든 구성요소는 상호작용하며 상호의존을 통해 시스템으로써의 총체성을 가진다. 둘째, 교육 목회 시스템은 단순히 부분의 결합으로써의 총체성이 아닌, 상이성을 지닌 부분들이 공존하는 특수성을 가져야 한다(예 - 교회의 각 기관의 독립성 존속). 셋째, 목회 시스템의 다른 요소들과 경계를 가진다. 즉 교회라는 큰 시스템이 지닌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되면서도 교육 목회 자체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넷째, 변화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며 그것을 수용하는 역동성을 가진다. 다섯째, 신앙 공동체 갱신, 또는 회복 등과 같이 모든 하위 기관들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목적을 공유한다. 여섯째, 교육 목회 시스템의 네트워크 상에는 각 과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송환 장치(feed back)가 있어 정책이나 수단, 운영상의 문제를 수시로 검토하여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강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성취한 목적을 유지하는 보존성이 있어야한다. 여덟째, 재개념화를 수반하는 성장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속성들은 기본적으로 한 시스템의 속성이며 이를 통해 총체적이며 통합적인 교육 목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시스템의 개념으로 교육 목회를 접근하는 것은 영적 사역을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신앙 공동체라는 전체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말씀 선포, 예전, 봉사와 보살핌, 교제가 시스템의 구심점인 선교(또는 하나님나라의 확장)를 향해 교육이라는 연결 고리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연결된 하위 시스템(교회의 각 부서)들은 각기 고유한 독립적 교육 활동을 하면서도 서로 긴밀히 작용하고 있는 것, 그것이 곧 교육 목회의 시스템인 것이다.
웨스터호프는 그의 책 「Building God’s People in Materialistic Society」에서 신앙 공동체의 삶을 이루는 요소로 예배, 윤리, 영성, 목회적 돌봄, 가르침을 들어 교육 목회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 목회는 목회 전반을 총괄하는 것으로서 공동체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야 한다. 리차드 오스머(Richard Osmer)는 자신의 책 「교육 목회의 회복」에서 교수직의 3가지 중심체를 제시함으로써 교육 목회를 재개념화한다. 즉 학문적인 탐구와 목회자 교육을 대신해서 교육을 담당할 공동체의 대표적인 지도자들과 기구들, 그리고 개 교회 내 실천 신학적 성찰과 평신도 교육을 담당할 회중들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목회’가 교회 전체의 삶을 통한 비형식적인 교육을 중시한다고 하여서, 기존의 교회학교 중심의 형식적인 교육을 거부하거나 소홀히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겠다. 기독교의 역사 이래 형식적이고 의도적인 교육이 없었던 적은 없다. 체계적이고 형식화된 교육을 통하여 기독교의 전승들이 전달되었다. 따라서 형식적인 교육은 교회 교육에서 꼭 필요한 요소다. 문제는 이것이 교회 공동체의 삶을 통한 비형식적인 교육으로부터 고립되어 이루어지거나, 더 나아가서는 이것이 교회의 교육을 전담하는 유일한 교육의 형태로 축소되고 실천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교육 목회는 한편으로 교회학교를 통한 기존의 형식적인 교육을 더욱 더 전문화하고 이를 전 연령층을 포괄하도록 확대하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의 전 사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 비형식적인 교육과 조화와 상호보완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창조적인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나가는 말
‘개혁 교회는 언제나 개혁하는 교회이다’라는 말이 있다. 개혁 교회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개혁을 통하여 새로운 전통을 창조해나가는 교회라는 말이다. 개혁 교회의 교육도 그것이 교회에 의하여, 또한 교회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한, 언제나 개혁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한다. 개혁 교회의 교육은 그 자체로 언제나 전통에 기초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창조해내야 하며 교회의 개혁을 이루어내는 통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