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본 적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는,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던 낯선 땅, 대만. 하지만 하나님은 하나님의 다음 세대를 세울 귀한 선생님들을 섬기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품게 하시고, 3박 4일의 사역을 준비하게 하셨다. 출발 전 집에서 세계 지도를 펴놓고 대만을 찾기 위해 한참 동안을 헤맬 수밖에 없었던 조그만 섬 대만을 향해, 큰 비전을 가슴에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선생님들의 이름도, 얼굴도, 현지 사정도 모르지만, 하나님이 3박 4일의 짧은 일정 동안 강하게 일하시길 소망하며….

최광희 목사님과 수속을 마치고 대만 국제공항을 빠져나올 때 우리를 맞아주신 분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떠오르게 하는, 온화의 미소의 박동성 선교사님이셨다. 첫 만남이기에 자칫 어색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었으나, 선교사님의 재치 있는 입담과 즐거운 유머로 우리는 금세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역지로 이동하던 중에 눈에 띄었던 수많은 불상들과 여러 혼합 종교의 산물들은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전체 인구 중 3퍼센트 정도만이 기독교인이라는 선교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대만 복음화에 대한 소망을 품기도 전에 막막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지?’ ‘대만 사람들의 잘못된 신앙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차로 이동하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번 사역은 오전에는 대만에 있는 한인 교회를 대상으로 ‘한눈에 보는 성경’을, 오후에는 대만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반 목회’를 강의하는 것이었다. 해외 사역은 처음이었던지라 적잖이 긴장했다. 교사들을 위한 영적 재충전의 기회가 많이 없는 관계로 한인 교회 선생님들이 이번 강의에 큰 기대를 하고 오신다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나 자신이 너무나 작아 보이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정말이지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 자연스레 준비한 강의안을 보고 또 보고, 이미 수도 없이 연습해서 다 외워버린 손 유희를 또다시 연습했다. 그래도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강의 장소인 타이페이 한인 찬양 교회를 처음 들어갔을 때,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졌다. 크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예배당과 고향 땅에서 온 젊은, 게다가 싱글인 미남(?) 전도사를 맞아주시는 선생님들의 열렬한 환호는 긴장했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준비한 강의안을 바탕으로, 하루 6~7시간 정도의 긴 강의가 시작되었다. 원래 더운 기후라 예배당 안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덥고, 공기도 탁하고, 허리도 아프고, 힘드실 법도 한데 선생님들은 행여 강의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열심히 받아쓰시며, 강의를 들으셨다. 강의 중간중간 진행되는 협동 학습 때에는 마치 어린 학생들처럼 즐겁게 활동하며 강의에 참여하셨다. 그러한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준비한 강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못 전할까 전전긍긍하며 열심히 강의했다. 소리소리 지르며 강의한 탓에 목이 쉬기는 했지만, 선생님들을 위한 영광스러운 상처로 생각하기로 했다.

먼 타지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강의에 임하셨던 선생님들의 얼굴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비록 탁월한 강의는 아니었지만, 적극적으로 매 강의에 참석하고 옆에 있는 선생님들을 독려하며 모든 일정을 마치신 선생님들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진다.

선교사님과 한인 교회 목사님은 대만은 겉으로는 매우 작은 나라이고 별 영향력이 없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복음의 문이 막혀 있는 중국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물들이기 위한 가장 탁월한 가교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은 온갖 우상이 난무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도 불평하지 않고 매 순간 감사와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님을 섬기고자 하는 사역자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대만의 2,500만 인구와 중국의 13억 인구가 하나님 품으로 돌아올 그 날을 꿈꾸어본다. 그리고 그 위대한 시작으로, 하나님의 다음 세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우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계실 모든 대만의 한인 교회 선생님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본다. 비록 함께 모인 선생님들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성실히 오늘을 살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예수님이 복 주시길 소망한다.

“또 비유로 말씀하시되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