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나는 거북이 한 마리를 키웠다. 이름도 털모라고 지어주었고,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레 먹이를 챙겨주며 보살폈다. 그러나 털모를 보는 내 마음은 시종 씁쓸했다. 5년이나 사랑을 부어주었는데도, 그 녀석은 내게 도통 정을 주지 않았다. 먹이를 줄 때면 내 쪽으로 헤엄쳐 오지만, 먹이를 하나 낚아채고나면 쏜살같이 어항 속 돌 밑으로 숨어버렸다. 수년간 가난한 유학생의 돈을 축내며 먹이를 사다주었는데도, 그 바쁜 학업 중에 시간을 내어 챙겨주었는데도 털모는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정도, 교제도, 관계도, 감사도 없었다. 그 거북이에게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먹이 주고 물 갈아주고 보살펴주는 파충류 사육사에 불과했다. 귀국 직전 학교 연못에 그 녀석을 놓아주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물속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서운한 감정이 마음 한 켠에 씁쓸히 남아 있다. 털모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나는 하나님의 감정을 깊이 느껴볼 수 있었다. 하나님이 내게 얼마나 많이 서운하고 씁쓸하셨을까. 짝사랑의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메아리 없는 사랑이 얼마나 쑥스러운 것인지.
영적인 나이가 어린 시절, 나에게 하나님은 하늘의 도우미일 뿐이셨다. 하나님과의 정도, 교제도, 관계도 사모하지 않았다. 행여 하나님이 나를 고통스럽게 연단하시지나 않을까, 힘든 헌신을 요구하시지나 않을까, 내가 싫어하는 봉사를 시키시지나 않을까, 내 생각과 다른 계획으로 인도하시지나 않을까 경계하고 염려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와 정감어린 사랑을 나누기 원하신다. 이것이 “성품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영어 성경은 이 성품을 ‘혼(soul)’으로 번역하고 있다. 당신 같으면 사랑의 정이 빠진,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받으며 즐겁겠는가?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들으며 기뻐하겠는가? 하나님은 그 백성들의 마음에서 사랑이 빠진 예배를 역겨워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적으로 타락했을 때, 그들의 제사의 목적은 신을 달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하던 이방 종교의 제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 속을 꿰뚫어 보고 계신 하나님의 씁쓸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중략)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하나님이라면 마음에도 없는 찬송, 마음에도 없는 헌금, 마음에도 없는 기도를 어떻게 느끼겠는가? 대단히 기분 나쁜 영적 희롱이라고 느끼지 않겠는가? 그것이 예배 의식이든, 삶으로서의 예배든 무늬만, 모양만, 형식만 있고 본질이 없는 예배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우리의 제물이 아닌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의 성의고, 우리의 정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 6:6). 남편에게서 마음이 떠난 아내처럼 감동도, 경외감도, 사랑도 없이 그렇게 주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면 안 된다.
_「 크리스천다움」 (도서출판 디모데 간)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