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_ 학교를 세우는 교회


전통적으로 학교 교육(Schooling paradigm)은 규격화된 교재와 교육 과정에 의한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연령별·능력별 교육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교육 방식의 틀은 정규 학교 범주를 넘어 다양한 사설 학원(보습 학원, 피아노 학원 등)은 물론 교회 주일학교 교육 방식까지 주도하는 흐름으로 정착되었다. 즉 학생들의 감성적, 영적인 영역에서조차 외형과 지적 발달에만 치중하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특별히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에서는 전도와 교회 부흥에 역점을 두느라, 정작 교회 구성원 및 그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해가는 면을 많이 다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개화기 때의 이화학당이나 배재학당 등 현대 교육의 시조를 주도해온 교육 기관들은 기독교 교육 철학에 근거한 기관들이었다. 그러나 교육의 사회화와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본래 의도는 급속도로 퇴색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는 교육에 대한 회의, 의혹, 좌절이 만연하였다. 이는 다름 아니라 교육 가치관이 세속화된 결과다. 새로운 교육, 참된 교육의 요구가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더욱 고조되어 있는 이 때, 교육의 첫 단계인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 당사자들의 가치관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진정한 기독교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모델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원은 기독교 교육 기관으로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 하나밖에 없는 까닭에, 교인들과 교회들로부터 기독교 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와 바람도 많았다. 이에 중앙 침례교회에서는 진정한 기독교 교육을 그리스도인 자녀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중앙기독 초등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학교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천 침례교회가 탄생했고 두 교회는 학교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중앙기독 초등학교는 단순히 교인들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전도와 양육, 지역 봉사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본이 되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성실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정받은 것이다. 교회가 주도해온 교육 지원 활동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다음에 대략적으로 기술하였다.

복합 건축물로서의 학교 제공
학교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학교와 교회와 여러 가정들을 상징하는 지역 사회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복합 건축물을 설계했다. 건물 곳곳에서 이런 다용도 복합 건물의 가치를 상징하는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체육관, 강당, 식당, 수영장 등.

장학금 지원
공립 학교와 달리 교육청의 재정 지원이 일체 없이 학생들의 수업료와 법인 지원금에 의해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중앙유치원과 중앙기독 초등학교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포기하지 않도록 매년 1억 6천만 원의 장학 기금을 마련하여 매년 80여 명의 학생들(학생 수의 8%)에게 장학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해외 선교사 자녀들이 안식년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할 경우,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별 장학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본 학교 법인의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2004년 국제 라이온스 클럽에서 수상한 국제 인권상의 상금을 장애 아동 및 불우 아동 장학 기금으로 증여했다. 또한 부인 투르디 김 여사는 매일 사랑이 부푸는 파이 가게에서 무료 봉사를 하면서 그 수익금 전액을 장애우 장학금으로 기증하고 있다.

교목실 전도사 파견
어린이들과 교사들의 영적 생활을 학교 체제 내에서 지원하기 위해 중앙 침례교회와 원천교회에서 한 명씩 교육 전도사를 파송하였다. 현재 두 명의 전도사들은 주말에는 본 교회에서 파트 타임으로 사역을 담당하며 주중에는 학교에서 Q.T, 직원 예배, 절기 행사 등을 주도하고 학생과 교사의 상담자로서 학교를 섬기고 있다.

원천 침례교회 사역의 성장
원천 침례교회는 1995년 4월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중앙기독 초등학교를 모태로, 1년 만에 설립되었다. 이미 학교가 세워지기 전부터 교회 개척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원천 침례교회와 중앙기독 초등학교는 궁극적인 비전과 사역뿐 아니라 건물 건축 설계 단계에서도 그 기초를 함께했다. 초기에는 저학년 자녀를 둔 교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주일학교 운영도 이들의 연령대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차츰 졸업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영적 필요를 채우는 방식으로 교회 학교 사역도 확장되었다.

학교 행사 지원
학년 초 두 교회 목회자들과 교사들이 한 팀이 되어 각 반별 가정 심방을 통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기독교 교육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한다. 또한 졸업식, 학예 발표회 등을 교회에서 주최하여 예배가 있는 행사로 만들어 연합을 촉진한다. 이는 비기독교 가정에게 기독교 문화를 알리고 전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2005년 9월 2일에 있었던 전교생 기도의 날 행사에는 원천교회 사역자 전원이 참석하여 5-6학년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안수 기도를 해주기도 했다.

2장 _ 함께 세워가는 교육 공동체

학교와 교회는 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같은 기관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와 교회는 각자의 독특성을 유지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통해 서로 협력하여 다음 세대에게 믿음의 유산을 전달하려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한국의 개신교 역사 초기에 일어난 평양의 부흥은 오산학교의 고당 조남식 선생과 같은 선각자들이 다음세대들을 바른 기독교 정신으로 길러낼 수 있도록 학교와 교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교육의 위기 앞에서 수많은 대안 학교들이 우후 죽순 세워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건은 어떤 학교들을 계속 만들어내는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학생들의 삶을 구성하는 세 기관이 어떻게 일치된 진정한 교육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교육 공동체는 각자의 힘을 단순히 더한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서로의 약점을 보강해주는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다음은 중앙기독 초등학교와 두 모교회가 어떻게 공동체를 일구어가는지에 대한 몇 가지 사례들이다.

교회와 학교가 함께 도운 남매
1999년 원천교회는 어머니의 가출로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를 모시며 힘겹게 생활하는 두 남매와 관계를 맺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두 남매에게 의탁 가정을 연결해주고 후원하였다. 또한 중앙기독 초등학교는 동생인 5학년 남학생에게 장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다. 성장하면서 두 남매는 독립하여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교회 청년부 일원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장애우의 통합 교육 지원
학교 설립과 함께 시작한 장애우 통합 교육을 통해 특수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교육적, 사회적 성장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장애우 가정이 부담하는 학비만으로는 운영될 수 없기에 두 교회에서 해마다 3억 이상의 별도 헌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설의 공유
현재 학교 건물과 시설은 학교 교육, 교회 활동, 지역 사회 활동에 각각 50%, 30%, 20% 정도의 비율로 활용되고 있다. 요즘은 원천교회 교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교회의 활용 비율이 더욱 커졌다. 체육관은 예배 장소로, 각 교실들은 주일과 금요 예배의 주일학교 장소로 100% 활용된다. 새로운 공간 확보의 필요성에 따라 현재 건축 공사를 진행중이다. 학교에서는 부지를 마련하고, 건축 비용은 교회에서 부담하게 된다.

입학 전형 과정
매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 전형 과정에서 교역자들은 면접 당일 선발위원이 되는 것은 물론, 사전 1년 동안 입학 희망 가정을 심방하고, 매주일 예배와 교회 활동을 격려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감당한다.

3장 _ 맺는 말

기독교 학교는 단순히 이 세상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기회들이 적절하지 않아 제시되는 대안이 아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믿고 그 믿음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하려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필연적으로 택해야 하는 교육 형태다. 진정한 기독교 학교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기관인 가정, 교회 그리고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사회인 학교가 각자의 교육적 역할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독 학교의 교직원들과 이들에게 배우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기독교 교육 공동체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교회의 사명은 영혼 구원에 있다. 또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양육하는 것 역시 그들의 중요한 사역 목표다.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성경 말씀대로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적극적인 사역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시각으로 이 세상을 분별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중앙기독 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교회 학교 모델은 이러한 필요에 대한 최선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