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서 사용된 캠프는 수련회를 통칭하는 것으로 한다.

여름 방학은 청소년들에게 쉼과 재충전을 위한 휴식 시간이다. 교회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이 시간을 여름 캠프, 봉사 활동, 해외 단기 선교 등으로 다음세대들의 믿음을 세우는 데 적극 활용해왔다. 청소년 시절에 교회 공동체에서 신앙 생활을 해보았다면 여름 캠프의 영적 파워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교회는 본능적으로 여름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용해왔을까? 첫째, 시간적인 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일날 교사가 학생을 만나는 시간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시간 남짓이다. 1년 52주를 따져보아도 52시간이다. 하지만 캠프라는 단일 프로그램에 집중되는 시간은 1년 동안의 주일학교 사역과 맞먹는다. 둘째, 사역의 집중도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캠프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물론 학생도 도망갈 염려 없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재정적인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 예산의 20-40퍼센트에 이르는 재정을 이 기간 동안 사용한다. 교회 예산을 포함해 찬조금까지 보탠다면 캠프에 붓는 재정은 2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넷째, 영적 성장의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름 캠프라는 영적 토양에서 다음세대들은 기대 밖의 성장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1년 중 시간과 재정, 영적인 성장 면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를 연중행사의 하나로 치러내기에 급급하다. 청소년을 향한 하나님의 기대와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또 그들의 발달 단계가 고려되지 않은 산만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만 집중하여 영적인 도전 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캠프, 영적인 도전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캠프도 있다. 또한 슈퍼 플레이어만 존재하는 캠프도 있다. 사역자 혼자 장소 섭외부터 시작해 프로그램 준비, 매뉴얼 준비, 스태프 교육, 특강과 설교 그리고 인원 동원까지 감당하는 ‘슈퍼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 그 누구도 어떤 참여도 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체 캠프를 진행하려고 하면 괜찮은 프로그램을 주제와 관계없이 나열하여 프로그램 다음에 또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나열식 캠프가 진행되는 것이다.
자체 캠프를 기획하는 일은 예산과 인적 자원이 충분한 교회 사역자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못한 교회 사역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여러 청소년 사역 기관에서 시행하는 ‘위탁 캠프’는 사역자들의 고민을 덜 수 있는 손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년은 저곳, 올해는 이곳, 내년은 또 다른 곳 이렇게 기관을 바꾸어가면서 맹목적으로 진행하는 위탁 캠프는 학생들을 외형적이고 감각적인 것에만 익숙해지게 할 뿐 균형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청소년들은 캠프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것은 제한된 장소가 아닌 넓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캠프, 제한된 시간이 아닌 여유로움 속에서 진행되는 캠프로,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들이 주는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규칙 안에서 관리하려고만 하는 캠프는 학생들의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할 수 없게 하며 캠프에 대한 기대감을 앗아갈 뿐이다.
여름 캠프 사역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에 대해 많은 교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많은 교사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캠프를 치르지만 썰물 후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는 서해안처럼 늘어났던 학생 수와 뜨거웠던 분위기는 여름 사역 전으로 돌아가버린다. 또한 진행 면에서도 전 교회적인 축제이기보다는 한 부서만의 일로 끝나거나 연중행사를 치르는 식으로 정리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회적인 행사, 한 부서만의 행사로 끝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이 캠프를 기획해야 한다.

첫째, 캠프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세워야 한다.
여름이 다가오면 사역자들은 분주해진다. 바쁜 마음에 교단이나 전문 기관에서 나오는 자료나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물론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성경 공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여름 사역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세우는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여름 사역은 프로그램의 나열이나 재미 위주의 행사로 전락하기 쉽다. 여름 사역의 목적이 분명해지면 사역의 방향이 결정되고, 사역의 방향이 명확하게 드러나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세워야 할 것인가? 먼저 목적을 세우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로 예배, 사역, 전도, 교제, 훈련이라는 교회의 5가지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여름 수련회는 예배, 사역, 전도, 교제, 훈련 중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몇 가지 목적을 중첩시킬 것인가? 우리 학생들의 신앙 상태는 어디쯤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로 청소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럴 때 학습, 진로, 성, 정체성, 문화, 복음, 영성, 리더십 중 어디에 목적을 세울 것인가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둘째, 헌신된 사람을 세워야 한다.
하나님은 헌신된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당신의 사역을 이루어가신다. 주일학교 여름 사역의 핵심 멤버는 부서 사역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다. 먼저, 부서 사역자는 여름 사역을 계획하고 입안하는 실제적인 지도자다. 여름 사역의 성패는 부서 사역자의 능력과 지도력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그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로 교사다. 교사는 학생에게 영적인 부모다. 영적인 부모가 가장 만족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아름다운 꽃이 필 때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결정짓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부모다. 부모가 자녀들을 캠프에 보내주지 않으면 그 캠프는 주인 없는 축제가 되고 만다. 부모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아이들이 세상에 뒤쳐지는 것이다. 집사나 권사, 장로의 직분을 가진 부모라 할지라도 공부라는 현실의 장벽 앞에서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이러한 부모들에게 신앙적인 훈련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며 영적인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이 사역의 자원 봉사자나 교사로 섬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정 통신문을 발송하여 사역을 홍보하고, 수련회를 위한 기도 제목들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충분한 재정을 준비해야 한다.
분명한 목적과 헌신된 사람이 있어도 사역을 뒷받침해줄 재정이 없으면 안 된다. 재정은 돈이 많고 적은 것보다는 재정 원칙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첫 번째 재정 원칙은 사역을 먼저 공유하는 것이다. 분명한 목적과 가능한 전략들을 가지고 사역을 성도들과 공유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재정 원칙은 투명성이다. 교회 재정과 기부된 재정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투명해야 한다. 재정의 투명성을 공개성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 공개한다고 해서 다 투명한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재정 원칙은 자립성이다. 사역을 진행하는 쪽에서 사역에 필요한 재정을 후원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바자회를 열든지, 후원을 받든지, 사역을 위해 재정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사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여름 캠프는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새로운 계획과 운영이 기획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대감과 긴장감이 필요하다. 날마다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은혜를 사모해야 한다.

박성은 목사 _ 파이디온 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