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디온이 30살이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님의 세대를 세운다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 짧은 시간이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파이디온 30년은 한 기관의 역사로서, 또 그 기관 속에서 섬겨온 한 어린이 사역자의 생애의 간증으로서, 그리고 한국 어린이 사역의 역사로서 많은 의미를 갖는다. 그 30년을 돌아보는 마음에 그 시간만큼이나 많은 감정들이 엉키는 것을 느낀다.

첫째는 감사함이다. 지난 30년 역사를 영화로 비유한다면, 우리가 본 영화장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장면이 있다. 그 영화가 존재하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명단이 떠오르는 크레디트 장면이다. 파이디온의 지난 30년 영화의 크레디트에는 그 제작도, 연출도, 감독도, 대본도, 효과도, 자금도, 음악도, 미술도, 심지어 스턴트까지도 하나님 이름밖에는 적을 수가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역자는 주께서 쓰신 배우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30년 영화의 크레디트는 하나님께만 돌려져야 한다.

둘째는 기쁨과 황송함이다. 어쩌다가 나 같은 사람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영광스런 영화의 주역 배우가 되었는지 황송할 따름이다. 어쩌다 내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린이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게 되었는지, 어쩌다 이 사역에 생애를 걸어야 할 만큼의 비전과 열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어쩌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하는 작업에 동원이 되었는지. 나보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땅에 얼마나 많은데, 나보다 똑똑하고 지혜롭게 이 사역을 해낼 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보다 경영 능력과 추진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영광스런 사역이 어쩌다 나 같은 사람 차지가 되었는지. 오직 은혜 다만 은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황송함에 마음이 젖는다.

셋째는 부끄러움이다. 한 기관의 나이가 30살이 되도록 일했으면 지금껏 해온 것보다는 더 크고 더 효과적이고 더 영향력 있는 사역의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끄러움이다. 단지 사역의 외형적인 평가나 다른 기관과의 비교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시작하시고, 이끄시며, 공급하시고, 인도하시면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기대치 때문에 그렇다. 때로 사람들이 파이디온의 사역을 고맙게 생각하며 우리의 작은 헌신에 큰 박수를 보낼 때, 내 마음은 긍지보다 아쉬움으로 찬다. 우리는 더 잘했어야 했다. 더 많은 열매를 맺었어야 했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어야 했다. 그런 부끄러운 마음이 남는다.

넷째는 부담감이다. 이제 파이디온은 30년 전 몇몇 대학생들의 동아리가 아니다. 30살이 된 장정 파이디온에 대한 주님의 기대, 한국교회의 기대, 세계 어린이들의 기대를 피할 수 없다. 중국에서, 인도에서, 러시아에서, 남미에서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숱한 마게도냐인의 손짓에 시선을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주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나로 하여금 30년 나이를 기뻐하기보다는 부담을 느끼게 한다. 사역의 필요와 요구는 눈덩이처럼 자라나는데, 사역을 감당할 우리는 언제나 약하고, 어리석고, 부족하다. 그러나 정말 부담스러운 것은 주님의 기대나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우리 밑천으로 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정말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만네리즘이다. 달라스 신학대학원 시절, 은사이신 하워드 헨드릭스 교수께서 가르쳐주신 기관의 생명주기(週期)표는 언제나 내 마음에 긴장과 부담으로 남아 있다. 모든 기관은 처음에는 비전과 열정으로 헌신한 ‘Man’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비전과 열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곧 ‘Movement’로 발전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돈도 많아지고, 자산이 늘고, 영향력도 확대되면 흔히 기관들은 ‘Machine’으로 전락한다. 창업자들처럼 헌신하지 않아도, 기도하지 않아도,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조직에 의해 자동화된 공장처럼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가지 않아 그 기관은 ‘Monument’로 굳어져서 과거의 영향력이나 노래하고 하나님이 기관을 설립하신 기능을 잃어버린 폐물이 된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파이디온은 ‘Movement’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도 약속도 없다. 어떻게 해야 파이디온의 ‘Movement’가 지속되게 해야 하나 그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지금까지 사역의 열매와 결과에 대해 허무해 하거나, 담에 짓눌려 당황하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막막해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마지막 느낌이 기대감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내가 늘 의지했던 말씀은 빌립보서 1장 6절이다.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 지난 30년 영화의 크레디트에 오르실 유일한 이름은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께서 앞으로 또 30년 동안 그렇게 파이디온의 스토리를 이루어가실 것을 나는 기대한다. 그런 기대감으로 간략하게나마 파이디온의 미래의 전망을 하고자 한다.

1. 사역의 중심
성경에서 하나님 백성의 운명은 언제나 하나님 말씀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이 말씀을 사랑하고 순종할 때 그들은 축복을 누렸다. 반대로 말씀을 버리고 불순종할 때 그들은 축복을 박탈당했다. 잠언 29장 8절은 말한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파이디온이 신학생들로 시작되었으며 대부분 사역진들이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라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간과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온 세계의 다음세대를 하나님의 세대로 세운다”는 사명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꿩잡는 게 매라는 사고로 아이들만 모으면 사역이 성공한 것처럼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어린이 사역은 너무나 중요하고 심각하다. 한 개인, 한 가문, 한 교회, 한 나라, 한 시대를 빚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슨 사역을 하든, 그것이 훈련이든, 교재 집필이든, 찬양이든, 출판이든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고 적실(適實)하게 아이들의 영혼 속에 심는 일의 우선순위를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 똑같이 어린 시절에 왕이 되었고, 똑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개혁을 단행했지만 요아스왕과 요시아 왕의 삶과 개혁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 때문일까? 요아스 뒤에는 여호야다라는 멘토가 있었고, 요시야 뒤에는 스가랴나 예레미야 같은 멘토가 있었다. 그러나 요아스의 삶과 사역의 중심에 ‘말씀’이 없었다. 요시야의 삶과 사역의 중심에는 성전 중건 공사 때에 되찾은 ‘말씀’이 있었다. 클레멘트, 오거스틴, 터튤리안 등 북아프리카의 위대한 신학자들이 사역하던 땅에는 교회의 자취는 없어지고, 가장 완고한 무슬림들이 코란을 외우는 소리만 가득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유명한 신학자도 없었던 이집트의 콥틱 기독교는 지금도 살아서 인구의 9%나 되는 기독교인들을 유지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콥틱 교회는 자기네 말로 번역된 성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다음세대가 교회에 잘 다니는 세대 정도가 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우리 교회는 소망이 없다. 그들의 영적 골수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들의 영혼의 척추가 하나님 말씀으로 바로 보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파이디온은 모든 사역의 무게 중심을 성경교육에 두는 교육의 선봉장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경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우리 사역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으로 하나님의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해왔다. 앞으로 더욱 그래야 한다. 세대가 악해질수록 더욱 그리해야 한다. 교회의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더욱 하나님의 말씀에 집착해야 한다. 말씀을 가르치되 성경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가 아닌,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성경의 진리를 명제적인 가르침으로 성경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기독교 교육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말씀을 실존적으로 가르쳐서 성경이 어린이들의 삶을 이끌게 해야 한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하는 것인가를 보이기 위해 우리는 성경교육의 본보기 사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겨울성경학교를 통해 성경의 큰 그림을 가르쳐주는 파노라마식 스터디를 강화해야 한다. 많은 아이들은 성경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알지 못하고 자란다. 이곳저곳 성경 이야기 조각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건강한 믿음, 성경적인 믿음을 갖기 어렵다. 또 성경에 집중할 때, 정확한 내용의 전달만큼 중요한 것은 적실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하워드 헨드릭스 교수 성경으로 하나님의 백성을 지겹게 만드는 것은 죄라고 말한다. 성경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성경이 얼마나 실제적인 책인지, 성경이 얼마나 중요한 책인지 아이들의 마음을 성경으로 빨아들일 강력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도 파이디온의 여름성경학교 사역은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실제적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을 말씀 위에 세우는 중요한 사역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변함없는 진리로 아이들이 직면하는 많은 문제들에 답하는 성경교육의 본질을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중심적인 교사훈련 사역이기도 했다. 앞으로 더욱 그래야 한다. 더욱 전문화된 여름성경학교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 위에 다음세대를 세우는 열정과 지혜를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이식시켜주어야 한다.

2. 사역의 책임성
요즘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공급과잉 상태에서 생존과 승리를 위해서 경쟁사를 이기려는 소모적인 노력을 하는 레드오션에 대한 대응 경영방식을 말한다. 지난 30년 파이디온이 걸어온 길은 매우 거칠었다. 파이디온은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처럼 자라왔다. 초교파적 사역기관으로서, 교권의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교계의 바위틈에서 지금껏 생존한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다. 그러면서도 교단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자극하고 벤치마킹의 중요한 사역을 감당해온 것도 대단히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 30년, 그런 레드오션 전략으로 기관 파이디온은 자랄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인 한국교회의 쇠락을 막을 수는 없다. 이제는 교회 밖 기관이 교단들의 교육제도와 경쟁하는 구도를 버려야만 한다.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교회 교육의 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각 교단의 교육제도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도록 돕고 세우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블루오션 전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건강한 다음세대가 자랄 교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육 의식을 가진 좋은 목회자들을 키우는 일을 바나나 농장을 중심으로 계속해야 한다. 파이디온과 관련된 목회자들은 다음세대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건강한 교육 교회 공동체들의 다양한 모델하우스를 개발해야 한다. 교단에서 공급할 수 없는 교수 자료나 프로그램들을 우리가 개발해서 각 교단에 공급해주어야 한다. 한국교회 교육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범교단적 초교파적 사역들이 이루어지도록 교단들은 하지 못하는 그 멍석을 까는 희생과 수고를 우리가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일학교 교사대회나, 북미기독교 교육 교수학회(North America Professor'’s Christian Education) 같은 사역이 이루어지면 편승(便乘)하려고 기다리기보다는 남들이 편승할 수 있도록 우리가 차편을 마련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감당해야만 한다. 교단과의 협력뿐 아니라 이 땅의 어린이 사역을 하는 여러 기관들과도 협력함으로써 사역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일도 감당해야만 한다. 우리에게 주신 많은 지적·영적·역사적·인적 자원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3. 사역의 세계화
30년 전, 우리는 입버릇처럼 기도했다. “오늘은 한국을, 내일은 세계를!” 이제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시고, 세계 도처로부터 섬김을 요청받는 입장에 세워주셨다. 이제 앞으로 30년 우리 의식의 장막을 넓히고 섬김의 장막 줄을 아끼지 말고 늘여야 한다. 무슨 사역을 기획하든, 언제나 세계 14억 어린이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고 일해야만 한다.
세계 인구는 이미 60억을 넘어섰다. 그 중 20억의 기독교 인구를 빼면, 비기독교 인구는 총 40억이 된다. 근래의 세계 인구 통계를 보면 1-14세까지의 어린이는 32%다. 선진국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어린이 인구 비율이 38%나 된다. 중간 잡아 35%로 계산하면 우리들이 복음을 들려주어야 할 비복음화 어린이 인구는 어림잡아 14억이 된다. 특히 우리와 인접한 중국의 문이 열리면 13억의 중국과 10억의 인도만 해도 어린이는 8억에 이른다.
아직은 굳게 닫혀 있는 듯싶지만, 언젠가는 중국에서도 다음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 아니 우리가 기도로 그 문을 열어 젖혀야 한다. 중국의 아이들, 인도의 아이들에게 복음의 문이 열릴 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축복의 도구로 쓰임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그들 문화와 상황에 맞는 기독교 교육을 입안할 수 있도록 선교현지 지도력을 키워야 한다. CEE를 통해 기독교 교육을 위한 현지 지도자들을 계속 계발해나가는 일을 더 조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둘째 파이디온 협력 선교사들이 현지의 교두보를 확고하게 설치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더 많은 교육선교 사역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협력 선교사들에 대한 지원과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야만 한다. 셋째 협력출판(co-publishing : 그림이나 체제를 바꿈이 없이 본문만 그 나라 말로 번역하여 채워넣는 출판방법)을 통해 여러 나라 어린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하나님의 세대로 서도록 돕는 교육 자료들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4. 사역 시야의 확장
지난 30년간 파이디온의 사역 영역은 주로 교회학교, 주일학교의 교육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 오랜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린아이의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가 간과된 채, 교회학교 갱신만을 주장하는 것은 폐차될 차에 새 배터리를 끼워주며 자동차가 잘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부모가 달라져야 한다. 신앙 교육의 1번지 장은 교회학교가 아닌 가정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경건한 부모 밑에서 경건한 후손이 자라는 것이 성경적 원리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무너지는 상태에서 교회교육은 외손 손뼉치기처럼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가 30년 파이디온 어린이 사역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부담이었고 갈등이었다. 그것이 내가 교육교회를 개척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목회가 달라져야 한다. 부모를 바로 세우는 일은 목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목회자의 건강한 목회를 통해 건강한 부모를 세울 때, 건강한 세대가 자랄 태반으로서의 가정이 서게 된다. 그렇다고 존 웨스터호프 3세 가 말하듯이 교회학교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교회학교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 모든 부모가 다 믿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모가 경건한 모델이 될 만큼 성숙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학교는 제2의 가정, 영적 가정으로서 교회학교 교사는 제2의 부모, 영적인 부모로서 어린이들의 생애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 역시 아이의 인격과 믿음의 나무 꼴을 잡는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들을 위한 사역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접하는 문화 역시 아이들의 신앙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하나님을 삭제하고 무시하는 문화 속에 쩌든 아이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가르쳐줄 문화도 개발해야 한다.
사역의 시각이 교회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가는데 영향을 주는 모든 주변 환경까지 확장되어야만 우리는 다음 세상을 다르게 만들 하나님의 세대를 키울 수 있다.

5. 사역의 전문화
지난 30년간 파이디온 사역은 질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하나님 말씀의 중심사상을 바르게 분변하는 능력, 바르게 졸여낸 중심사상을 학생들의 필요와 눈높이에 맞는 가르침으로 조직하는 능력, 상황과 관계없이 학생들의 배움의 동기와 참여를 이끌어 내는 능력들을 동역자들 속에서 보며 큰 격려와 소망을 느낀다.
지난 30년 파이디온은 현장에 강한 사역기관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큰 축복이었다. 그러나 그 장점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은 채, 이제 더 강력한 어린이 사역을 위해서는 연구 조사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교단과 교회들에게 기독교 교육, 교회교육의 참된 지평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학적으로,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건강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교육이 상식선에서 이루어지는 한국교회의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기독교 교육 각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고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기쁨과 영적 축복을 누리도록 탁월한 진리를 탁월하게 가르침으로써 탁월한 세대를 세워야 한다.

나가는 말

앞으로 30년의 심각한 도전을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 바를 생각해보았다. 엄청난 부담이 마음을 누른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30년 전 파이디온 동아리 방에서 우리는 똑같은 부담을 안고 기도했다. 그러나 주께서는 그 부담을 담당하기에 족한 은혜와 축복으로 지난 30년을 채워주셨다. 지난 30년간 주님은 그분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켜주셨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8-20). 지난 30년간 파이디온의 진정한 대표로 우리처럼 작은 집단을 인도하시고 채워주시며, 보호하셨던 그 주님께서 앞으로 30년도 우리의 대표로서 그분의 사역을 이루실 것을 믿는다. 우리는 다만 그분께 부름받은 동역자들로서 그분 곁에 서서 겸손하게, 그리고 열심을 다해 섬기는 일만 하면 된다.
파이디온 30년을 회고하며 전망하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과거의 조그만 성취 때문에 현재를 황폐케 하는 어리석음도, 미래에 대한 큰 염려 때문에 현재를 낭비하는 어리석음도 없어야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바울처럼 선언해야 한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 3:13-14).

경주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운전자는 백미러를 보며 운전하지 않는다. 나도 지나온 길을 들춰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 30년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이유가 있다면, 첫째는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을 기억하며 찬양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지금까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되짚어봄으로써 앞으로 하나님의 인도의 방향을 읽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