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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게으름, 그 엄청난 차이
중남미 아열대 숲에는 나무늘보라는 동물이 살고 있다. 얼마나 느려터졌는지 분당 느릴 땐
1.4미터에서 빨라야 5미터를 움직인다고 하니 늘보라는 이름이 합당하다. 세 개의 발톱은
갈구리 같아서 발톱으로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하루에 18시간 이상 잠을 자기 때문에 영어
이름으로 슬로스(sloth : 게으름이라는 뜻)라고 불려지는 것이 합당하다. 이 동물은
거의 땅에 내려오지 않고 나무 위에서만 산다. 그리고 자기 보호 방식 역시 특이하다.
늘보의 몸은 길고 촘촘한 털로 덮여 있는데 그 털에는 많은 홈이 있어 많은 이끼 식물들의
서식처가 된다. 그래서 우기에는 녹색으로, 건기에는 갈색으로 색을 바꿈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매우 편안한(?) 방식을 택한다. 나무늘보를 생각하면 또 하나님의 풍성한 유머 감각(?)을
느끼게 된다.
7, 8월 무덥고 긴 낮을 보낼 동안 많은 사람들은 인간 늘보가 된다. 삶의 긴장은 풀어지고,
더위와 피곤에 정복당한 패잔병처럼 목적과 도전보다는 쉼과 놀이를 추구하기 쉽다. 물론
쉼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쉼을 통해 영육간에 에너지를 충전받아야만 하는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쉼과 게으름을 결코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휴식이나 게으름이나
큰 차이가 없다. 낮잠을 늘어지게 잘 수도 있고, 바닷가에 우두커니 앉아 파도 소리를
즐길 수도 있다. 오랫 만에 소설책을 읽으며 며칠을 보낼 수도 있고, 낚시꾼이 되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휴식과 게으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올 여름,
게으르지 않은 휴식을 배워야 한다.
게으름은 고대 교부들로부터 7가지 치명적인 죄 가운데 하나로 꼽힌 죄다. 게으름이 치명적인
이유는, 우리의 인격과 삶의 맛을 잃어버리게 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게으름이란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고갈되었거나 상실된 상태라”고 말한다. 슈메이커는
“교만은 인간 이상이 되려는 시도라면, 게으름은 인간 이하가 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헬라어로 ‘게으름’이란‘아케이디아’다. ‘아’는 ‘아니라’는 뜻이고, ‘케이디아’의 몸체
말 ‘키도스’는 ‘돌본다’는 뜻이다. 게으름이란 돌보지 않는 것, 무책임한 것, 무관심한
것, 무심한 것, 개의치 않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
계획, 소명, 기대에 대한 책임과 소명 의식에 대해 무책임, 무관심, 무노력, 무기능하게
되는 것이 게으름이다. 따라서 게으름은 활동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 하는 활동의 양으로
정의되기보다는, 활동의 의미와 가치로 정의되어야 한다.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아무 일도
안 한 게 아니다. 땅을 선정하고, 파고, 달란트를 넣고, 덮고, 흙을 밟고, 표시나지
않게 위장하고, 매일 그곳이 안전한가를 살피고….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자신의 삶을 바쁘게
살았다. 그러나 주님은 그를 게으른 종이라고 판결하셨다.
이 여름에 우리는 우리 삶과 인격의 맛을 내게 하는 휴식을 배우자. 우리 삶과 인격의
맛을 잃어버리게 하는 게으름을 경계하자. 하나님의 소명과 계획, 하나님의 의도와 꿈을
이땅에 더욱 확실하게 이루기 위한 관심과 책임과 노력과 도전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의미의 휴식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그로 인해 우리와 우리 사역은 더 큰 진보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케이디아’, 우리의 본질적인 의무와 존재 이유를 내던진 어떤 휴식도
게으름의 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게으름은 우리의 인격과 삶의 맛을 잃어버리게
한다.
세계적인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최고로 비싼 바이올린의 이름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하나님의 음악이 자신이 만든 악기를 통해 세상에 드러날 때,
자신이 만든 악기의 부족함 때문에 음악의 아름다움이 손상되는 것이 두려워 인간의 기준으로
‘완벽’할 때까지 하나하나의 바이올린에 혼을 쏟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여름, 우리 사역과
우리 삶을 하나님이 쓰실 때 불편함이 없으실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빚는 의미 있는 쉼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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